나이가 들고 후회한다는 것
얼마전 우리 연구실에 포닥 박사님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많이 의지했던 우리 연구실 선배이고, 실제로 내 석사 졸업을 "캐리"해주신 (생명의)은인과도 같은 분이다.
나의 선배들조차 "박사님" 이라 어렵게 부르던 분이지만, 나는 친근하게 "누나" 라고 불러왔던 그런 분.
내가 연구소에 다닌지 1년 정도 밖에 안된 시점이지만, 연구실에 속해 있었을 때는 그렇게 커 보였던 박사님의 존재가 조직에 나간 이후로 그보다 작아졌다.
나는 내가 석사때 해왔던 전공과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자 하고, 이와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우리 연구실 이래로 처음이지 싶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지는 못하여 미안해 하셨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양질의 조언들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마흔이 넘은 누나, 본인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 미련이 전혀 없을 것만 같았던 분의 솔직한 속내를 들으니 며칠째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아낌없이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이야기는 듣기 좋았지만, 마냥 좋게만은 안 느껴졌다. 격려 뒤에 누나의 씁쓸한 웃음이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훌륭한 학자,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분에게도 후회와 미련이 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랜만에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왠지 모를 누나의 후회가 보였다. 이제는 변화를 꾀할 수도 없을 만큼 멀리 와 버린 자신의 선택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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